가정·언어폭력 노출된 기혼 여성지적장애인
문현주 교수, 서울 서부권역 당사자 심층인터뷰 발표
자녀 양육, 시부모 언어폭력, 경제적 어려움 등 '호소'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장애인구 중 지적장애인의 결혼 비율은 23.9%다. 이 중 78.7%가 자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 중에서 장애가 있는 있는 비율은 24.6%로 전체 장애영역 중 가장 높다.
이런 사회현실에 비해 지적장애인의 결혼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들은 자녀양육 등에 적절한 도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지식과 기술이 부족하며 문제해결, 응급상황에서 의료적인 치료, 기본적인 자녀의 발달 이해의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지적장애를 가진 부모는 장애라는 특성과 환경이라는 이중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을 비롯한 서울 5개 권역 장애인복지관은 아산사회복지재단의 후원으로 서울 서부권역의 기혼여성지적장애인 32명을 대상으로 임신, 출산, 양육 등 결혼생활 모습과 이 과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을 심층 인터뷰 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서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 개최한 '기혼지적장애인 지원사업 성과발표회' 발제자로 나선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문현주 교수는 실제 인터뷰 대상자인 기혼여성지적장애인의 사례를 설명했다.
■시부모 언어폭력, 빈곤에 놓인 기혼 여성지적장애인=여성지적장애인 B씨는 현재 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은 지체장애인으로 보행의 불편 때문에 이동 시 B씨의 부축을 받고 있다.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다. 아들은 나이가 들수록 B씨의 부족함을 알고 본인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이야기도 안한다. 경제적인 자립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지만, 수급비를 시부모가 관리하고 본인은 필요한 생활비만 받아서 생활한다.
아들의 주 양육은 시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있다. 복지관에서의 홈헬퍼파견은 자녀의 연령제한으로 종결되고 현재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남편의 케어를 위해 활동지원서비스를 신청했으나, 시부모는 B씨가 직접 활동보조인의 역할을 하길 원하고 있다.
B씨는 시아버님에게 언어폭력을 자주당해 눈치를 보게 되고 가족과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현재의 어려움들이 있으나 본인이 참아야만 가족이 화목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참고 지내는 상황이다.
B씨는 결혼 전부터 친정어머니의 보호 아래 자라왔고 결혼 후에도 힘든 일이 있으면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친정어머니의 사망 이후 심리적으로 위축됐고, 본인을 보호해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생각에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아들에게 어머니가 해준 것처럼 해주고 싶지만 아들이 본인을 따르지 않아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이 된다.
■3번의 결혼, 1번의 사별 그리고 임금착취=여성지적장애인 E씨는 3번의 결혼과 출산의 경험이 있다. E씨는 첫 번째 남편의 폭력 등으로 인해 가출하고 헤어졌다. 2번째 남편은 사별했다. 첫째 자녀는 첫 번째 남편과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로, 가출을 한 이후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2번째 남편 사이에서 둘째 자녀, 현재 남편과 사이에서 3번째 자녀를 출산했다. 지난해 현재 남편과 동거를 하던 중 임신을 했고 혼인신고를 했다. 2015년까지 감자탕 집에서 일을 했으나 주인 부부에게 임금착취를 당했다.
식당에 다니면서 자녀 돌보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자녀는 교회가 운영하는 공부방에서 보호를 하고 있다. E씨와 남편은 결혼으로 가정이 많이 안정됐다고 생각하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남편은 직업이 없는 상황이다.
자녀는 새로운 가족이 생기면서 많이 불안해 하고 있으나 E씨와 남편은 인식이 낮은 편이다.
F씨의 아버지와 남편의 어머니는 과거 연인관계였고 같은 동네에 살면서 서로 왕래가 있었다. 현재 남편과 동거를 하면서 임신을 했고 혼인신고를 했으나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다.
어린 나이에 임신과 출산, 부모되기 등을 경험하면서 이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했고 임신 이후 5번의 가출을 했다. 현재 가출 중이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인해 뇌병변장애와 허리디스크 때문에 건강상황이 좋지 않으나, 자녀의 양육과 가사관리를 비롯한 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다.
F씨는 자녀양육과 가사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하고 본인의 가출과 외도를 의심하는 남편에 대해 불만이 있다. 최근에는 아는 언니가 가정을 방문하면서 성매매에 노출됐고 최근 가정해제를 각오하고 가출했다. 현재 남편은 F씨가 돌아오기를 바라나 이혼을 염두하고 있다.
■알콜중독 아버지, 가정폭력 속 성장=여성지적장애인 H씨는 알콜중독 아버지의 가정폭력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에는 할머니의 돌봄 속에서 성장했다. 할머니의 사망 이후에는 큰 집과 작은 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 졸업 이후에도 작은 집의 도움을 통해 살았으나, 작은 집의 (장애인연금 등)착복 등으로 인해 현재 도움을 주는 고모가 서울로 데리고 오게 됐다. H씨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해 초등학교 시절 고막이 손상돼 청각장애 5급을 갖고 있다.
청각장애로 인해 의사소통 과정에서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사람들과 잦은 갈등을 빚곤 한다. 현재는 보청기를 착용하고 있다. 지적장애는 등록하지 않고 있었으나 2016년 말 자녀의 언어발달지연으로 복지관을 이용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지적장애가 의심돼 사례관리지원을 받게 됐다.
현재 생활하는 다가구 주택은 배우자의 형의 명의 주택으로 형에게 월세를 내며 해당 주택에서 시부모, 형의 가정과 함께 살고 있었다. 시부모는 자래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 H시의 가정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남편은 청소직공무원이어서 새벽시간에 일을 하고 낮에는 쉬고 있다.
H씨는 시댁가족들과 한 건물에 살고 있으나 가정의 대부분의 중요사항을 일산에 거주하는 고모에게 말을 하고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배우자나 시부모에게 전달할 내용도 고모를 통해 말을 전하는 상태였다. 주말에는 자녀를 데리고 고모집에 가서 생활을 하고 있다.
H씨는 야간에는 김밥집에서 김밥을 싸는 일을 해 저녁시간에 자녀를 시부모에게 맡기고 출근을 해 새벽에 돌아와 자녀를 돌보고 있다. 하지만 자녀를 위해 자신이 부족한 한글공부, 요리 등이 필요하다며 기관의 지적장애인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참여를 원하고 있다.
현재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가장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남편의 생활비 관리를 시부모하고 있고 본인에게 주지 않는 상황. 때문에 본인이 돈을 벌어야만 생활을 할 수 있다며 햔재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터뷰를 한 것은 서대문구 등 서부권역의 여성들이다. 연구를 좀 더 확대를 한다면 많은 수의 기혼여성지적장애인을 인터뷰하거나 설문조사를 할 수 있다. 더 많은 인터뷰 등 조사를 통해 이들을 지원할 프로그램 모형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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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범 기자 (csb211@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