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사회봉사로 벌금을 대체 이행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장애인인권법센터에 따르면 의정부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1급 지체장애인이 의정부지방검찰청을 통해 신청한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신청’을 기각한 1심 결정을 파기하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벌금 대체 사회봉사명령을 허가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장애인 인권활동을 하고 있는 신청인은, 장애인정책과 관련해 의정부시장에게 면담을 요청 과정의 일로, 벌금28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지난 2월 서울고등법원의 항소 기각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신청인은 장애계단체의 경제적 어려움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아왔기에 이 벌금을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이에 신청인은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이하 벌금미납자법)에 따른 사회봉사허가제도를 알게 돼 의정부지방검찰청에 벌금을 대체할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신청 과정에서 담당 직원은 휠체어를 타고 온 신청인에게 ‘어차피 안 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발언을 한 것. 그리고 지난 6월 의정부지방법원은 신청인의 사회봉사신청을 기각했다.
장애인인권법센터은 “신청인은 하반신에 장애가 있어 휠체어를 이용해 이동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회봉사명령을 성실히 이행할 신체적 능력과 의지가 충분히 있었다.”며 “그럼에도 사회봉사신청이 기각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차별에 해당한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를 진행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해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동법 제4조 제1항 제1호, 직접차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26조에서는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차별금지를 규정하며 ‘공공기관 등은 장애인이 생명, 신체 또는 재산권 보호를 포함한 자신의 권리를 보호·보장받기 위하여 필요한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있다.
또한 법원행정처가 2012년 발간한 ‘장애인사법지원 가이드라인’에서도 장애인권리협약 제13조에서 장애인의 사법접근에 관해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기초 위에서 효과적으로 사법절차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기각결정에 대한 항고심을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제4형사부는 이러한 장애인권법센터의 주장을 고려햐 지난 21일 기존 기각결정을 파기하고 신청인에 대한 사회봉사를 명했다.
재판부는 항고 인용 결정문에서 ‘신청인이 비록 장애인이기는 하나 육체적 노동이 아닌 다른 형태의 사회봉사를 이행할 능력과 의사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는 점, 신청인을 노역장에 유치하는 것보다는 사회봉사를 이행하게 하는 것이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의 입법취지에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이 인정되는바,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신청인에 대해 사회봉사를 허가함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장애인권법센터는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향후 장애인인 피고인이 벌금 대체 사회봉사를 신청하는 경우 사회봉사의 종류가 매우 다양한 점, 장애인도 사회봉사에 대한 능력과 의사가 충분한 점 등이 고려돼 벌금미납자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이 많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