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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전기 누진제’ 끝나지 않은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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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권익옹호팀장
  • 16-09-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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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전기 누진제’ 끝나지 않은 고통

체온·욕창 24시간 에어컨 가동…30만원 요금 폭탄

수급자로 납부 막막…“힘없는 서민 위한 배려 필요”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6-09-27 14:52:22

와상장애인 김율만씨가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와상장애인 김율만씨가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고통 받고 있다.ⓒ에이블뉴스
“기자님, 혹시 누진제와 관련해서 기사를 쓰셨습니까?” 신참 기자일 때부터 꾸준히 제보해온 와상장애인 김율만씨(35세, 지체·뇌병변1급)가 오랜만에 SNS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이미 본지에서는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한 장애인 가정의 어려움에 대해 다룬 적 있습니다만, 율만씨는 조금 특별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대학생인 여동생과 함께 총 80만원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데요. 병원비 10만원, 관리비 등을 지출하고 남은 돈을 모두 어린 동생에게 용돈으로 줍니다.

올해 1월부터 동생이 만 18세가 넘어서며 활동지원제도 취약가구 혜택에서 탈락, 율만씨의 서비스 시간이 대폭 감소했습니다.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없는 시간 동안,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여동생의 도움을 받습니다. 율만 씨는 미안함과 오빠로서의 책임으로 생활비를 아끼고 아껴 용돈을 쥐어준겁니다.

하지만 이 달에는 용돈을 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로 인해 8월 한 달 전기료가 무려 29만1600원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 요금 체계 방송 화면.ⓒJTBC방송캡쳐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기요금 누진제 요금 체계 방송 화면.ⓒJTBC방송캡쳐
가정용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는 총 6단계로 나눠져 있는데요. 처음 100kwh까지는 60.7원, 200kwh 125.9원, 300kwh 280.6원 등입니다. 6단계 500kwh가 초과되면 요금은 709.5원으로 1단계의 11.7배가 됩니다. 율만 씨가 8월 한 달간 쓴 전기양은 740kwh구요.

와상장애인인 율만 씨는 오전7시에 일어나 새벽2시까지 작은 침대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체온이 높고, 욕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매일 에어컨과 선풍기를 돌려야만 합니다. 전기료가 걱정돼 에어컨 설정온도는 27도에 맞췄지만, 차마 끌 수는 없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날도 바깥온도가 23도로 선선했지만, 율만 씨를 위해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율만 씨도, 활동보조인 선생님도 전기요금이 걱정되며 고지서가 나오는 날만을 기다렸습니다. ‘휴’ 다행히 지난 7월 요금은 11만원이 나왔습니다. 조금 안심을 했습니다만, 최근 받아본 8월 요금은 그보다 2배가 넘었습니다.

“평소에도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와서 남들보다 2배 이상 전기세가 나와요”

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율만 씨는 매일 컴퓨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합니다. 친구와 SNS 메시지를 보낼 때도, 검색을 할 때도, 그리고 특히 공부를 할 때 말이죠.

그동안 쭉 보아온 율만 씨는 공부에 대한 의욕이 높습니다. 손 장애로 필기를 할 수 없는 율만 씨는 머릿속에 각인될 때까지 동영상 강의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듣습니다. 에어컨이 아니더라도, 평소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요금을 보니, 8만7930원입니다. 일반 가정보다 2배 정도 높은 편이죠.

김율만씨의 8월 고지서와 5월 고지서. 평소 컴퓨터 보조기기 사용으로 8만 원 정도 나온다.ⓒ에이블뉴스에이블포토로 보기 김율만씨의 8월 고지서와 5월 고지서. 평소 컴퓨터 보조기기 사용으로 8만 원 정도 나온다.ⓒ에이블뉴스
하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됐듯이 중증장애인에게는 복지할인 8000원만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9만원이 넘게 나왔는데, 고작 8000원의 혜택이라뇨. 2004년부터 20% 할인 받아온 것이 지난 2012년부터 8000원 할인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율만 씨의 “열 받는다”라는 말이 딱 입니다.

지난 26일부터 제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습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속 이슈는 단연 전기요금 누진제입니다. 의원들의 난타로 누진제 개편 또는 폐지에 대한 희망을 가졌지만, 현재 여당의 보이콧으로 ‘반쪽 국감’에 지나지 않습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업무보고를 통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교육용, 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적정성, 형평성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 계획은 언제쯤 이뤄지는 걸까요? 율만 씨는 당장 오는 30일까지 전기요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누진제 소송도 생각했지만, 그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다만, 에이블뉴스를 통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했습니다.

“돈 없고 힘없는 서민들에게 관심과 배려 좀 해주세요. 형평성 있게 정책 좀 만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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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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