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중증장애인들에게 밤은 늘 두려움의 시간이다. 활동지원사가 퇴근하고 난 뒤, 혹시라도 몸에 이상이 생기면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밤 10시 이후 배가 아프거나 머리가 심하게 아파도 어쩔 수 없이 혼자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을 자주 겪는다. 야간에는 활동지원사를 호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119를 불러야 할 상황에서도 중증 환자가 아니면 이송을 거부당하기도 한다.
병원에 도착해도 불편은 끝나지 않는다. 접수 후에 안내를 받을 수 있지만, 검사와 치료 과정에서 옆에 도움을 줄 사람이 없어 막막하다. 간호사와 병원 직원들이 바쁜 업무 중에 도움을 주지만, 이들에게 계속 의지할 수는 없는 현실이다. 이런 순간마다 고립감과 막막함이 몰려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더 어렵다. 복지콜은 밤에는 거의 잡히지 않고, 바우처 택시도 새벽 시간에는 이용하기 힘들다.
강서구에 사는 한 시각장애인은 응급 상황으로 병원에 갔지만, 병원 안에서부터 귀가까지 혼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아무도 없는 응급실에서 혼자라는 게 너무 서러워 눈물이 났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지원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의 제도는 부족하다. 운 좋게 야간에 활동지원사를 만나 응급실을 방문하면, 활동지원 시간이 크게 소진된다. 그래서 이후의 일상생활 지원이 어려워진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야간 응급 상황에 대비한 추가 지원이나 긴급 돌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한밤중, 누구나 몸이 아프면 두렵고 외롭다. 하지만 혼자 사는 중증 장애인들에게는 그 두려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누군가 곁에 있었다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지는 순간들이다. 정부와 사회가 이들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안전하게 도움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칼럼니스트 조현대 hyun859@hanmail.net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