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이 전혀 없는 전맹 시각장애인들은 집에서 외출하기가 두렵다. 그러나 시각장애인이 자주 이용하는 복지콜을 이용하면 이러한 문제는 대부분 해결된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가 좋아하는 경복궁의 유명 삼계탕집을 홀로 방문해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이동할 때 복지콜을 부른다. 차가 잡히면 기사님께 “오늘은 활동 지원사가 없으니 저 혼자입니다. 식당에 들어와 몇 번 자리에 있는 저를 안내해 주시겠습니까?”라고 부탁한다. 기사님은 도착하여 차를 세우고, 전화로 미리 알린 다음 필자가 부탁한 대로 차량으로 안내해 준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은 이러한 세심한 서비스 덕분에 안심하고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중증 시각장애인으로서는 만족도도 높고, 홀로 다녀도 안심할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차량이 압도적으로 적다는 것이다.
복지콜의 대기 인원은 매일 많게는 80명, 적어도 20~30명에 달한다. 그래서 차를 부르고 나서 두 시간 후에 잡힐지, 한 시간 후에 잡힐지, 그 이상 걸릴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한 시간짜리 약속을 위해 세 시간의 여유를 둬야 하는 것이 시각장애인들의 현실이다. 특히 출퇴근을 하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출근 시간이 오전 9시라도 8시에 도착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예측 불가능한 대기 시간으로 인해 시각장애인들의 시간은 늘 불확실성에 놓여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바우처택시 제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중증 시각장애인들은 바우처 택시를 꺼리는 편이다. 바우처택시 콜이 잡혀 기사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기사의 편의를 위해 내가 원하는 장소까지 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경우에는 나 혼자 차량이 있는 곳까지 위험을 감수하고 걸어가야 한다.
바우처택시가 잡혔다 할지라도, 기사가 본인이 찾기 힘든 곳이면 콜을 취소하고 가버리는 경우도 많이 경험했다. 무사히 탑승한다 해도 문제가 없지 않다. 정기적인 교육을 받는 복지콜 기사들과 달리, 이처럼 민간 기사들에게서 동일한 서비스나 최소한 비슷한 인권 감수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중증 시각장애인에게 바우처택시는 복지콜의 대안이라고 하기 어렵다. 많은 중증 시각장애인을 비롯한 다양한 장애인이 복지콜의 증차를 원하지만, 제도가 도입된 지 몇 년이 되었는데도 차량 대수는 여전하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두 제도를 동시에 운영하는 데 따른 재정적 부담이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는 중증 시각장애인 당사자를 비롯한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가 나서야 한다. 4년에 한 번씩 연합회는 회장이 바뀐다. 그때마다 “증차”를 자신 있게 공약으로 내세우지만, 한 번도 이루어지지 못한 현실이니 안타깝다.
시각장애인 출신 김혜주 국회의원 역시 복지콜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직접 복지콜을 이용하는 당사자이기도 한 그이지만, 아직까지 증차 문제 해결을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목동에 살고 있는 필자의 후배는 전맹 시각장애인인데다가 다리가 불편하다. 그러나 휠체어를 탈 정도는 아니다. 그렇기에 바우처택시는 탈 수가 없어 복지콜을 부른다. 하지만 차량이 없어 때로는 외출을 포기한다. 차량이 운 좋게 연결되면 친구도 만날 수 있고, 원하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며, 복지콜 기사의 안내로 함께 장을 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차량이 잡히지 않으면 모든 계획이 무색해진다. 바우처 택시에서는 이러한 서비스가 전혀 없다. 시각장애인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서비스인데도 말이다.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와 장애인당사자 서울시의원들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길 바란다. 바우처택시로는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해결책이 아니다. 복지콜을 대체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다. 복지콜 증차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오는 2025년 서울시 예산 편성을 앞둔 지금, 시각장애인들의 간절한 바람은 단 한 가지다. 복지콜 증차라는 작은 변화가 우리의 삶에 가져올 수 있는 큰 희망을 서울시는 진지하게 고민해주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조현대 hyun859@hanmail.net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