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그나 오초아 (출처 : 국제엠네스티) 멕시코의 젊은 인권변호사 '디그나 오초아'
1980,90년대 멕시코에 젊은 인권변호사가 있었습니다.
이름은 디그나 오초아 이 플라시도.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을 주로 맡아 변론했습니다.
현지 매체 '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오초아 변호사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주 정부 경찰에 납치돼 3일 연속 고문을 당했는데 변호사 비용을 지불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고 합니다.
오초아는 법 공부에 매진했고, 24살이던 1988년부터 멕시코시티에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주로 공권력으로부터 인권침해 피해를 받은 주민들의 사건을 맡았는데, 게레로주 경찰에 의해 17명의 농민이 살해된 '아구아블랑카 대학살', 군에 체포돼 가혹 행위를 받은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 사건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 농민 2명이 벌목업자 등에 대항해 환경운동을 벌이다 마약밀매 혐의의 누명을 쓰게 된 사건도 담당했는데, 이들이 군인들에 의해 잔혹한 고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며 변론했습니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오초아 변호사는 1990년대 중순부터 살해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에는 2차례 납치를 당하기도 했는데, 심지어 무장 괴한이 오초아 변호사를 가스총을 쏴 목숨을 빼앗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01년 의문의 사망사건
2001년 10월 19일.
오초아 변호사는 멕시코시티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37살이었습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사망 사건 현장은 좀 이상했다고 합니다.
오초아 변호사는 여러 발의 총상을 입고 발견됐고, 시신 근처에서 발견된 익명의 메모는 다른 인권 활동가들을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겁니다.
하지만 멕시코 검찰은 "특별한 타살 혐의점이 없다"며 오초아 변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고 결론냈습니다.
하지만 유족과 인권단체에서는 수사 결과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고, 국제사회에서도 군부대나 정부 등에 의한 피살 가능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왔습니다.
사건 이후 21년 만의 사과
올해 초 미주인권재판소는 "디그나 오초아 변호사 죽음에 대한 조사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판결하며 멕시코에 재조사를 권고했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현지시간 20일 오초아 변호사의 사망 사건을 자살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당시 수사가 미흡했다"고 사과했습니다.
또 유족에게 유감을 표하고, 관련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사건 발생 이후 21년 만에 공식으로 사과한 겁니다.
에리카 게바라-로사스 국제엠네스티 아메리카 국장은 지금도 멕시코에서 인권운동가와 언론인에 대한 폭력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과거의 범죄를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지 않는 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호소했습니다.
MBC 뉴스 김정인 기자(tigerji@mbc.co.kr)
https://imnews.imbc.com/news/2022/world/article/6419548_356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