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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소식


장애인을 위한 단체, 장애인의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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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권익옹호팀
  • 23-06-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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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에는 당사자단체 외에도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가족단체일 수도 있고, 사회복지기관일 수도 있고, 재활시설일 수도 있고, 정신건강센터일 수도 있고, 연구기관일 수도 있다. 비록 당사자단체가 아니고, 활동가도 대부분 비당사자들이지만 이들 단체의 역할과 성과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러한 비당사자 장애인단체를 두고 “장애인을 위한 단체이지, 장애인의 단체가 아니다”라는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을 위한 단체’는 비당사자가 장애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입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체를 의미하는 것 같다.

반면, ‘장애인의 단체’는 장애인이 세운 단체, 장애인이 운영하는 단체, 장애인이 주도하는 단체일 것이다. 한마디로 당사자단체가 ‘장애인의 단체’인 것이다.

장애계의 일원은 당사자 아니면 비당사자이다. 그렇다면 장애인단체 역시 ‘장애인을 위한 단체’와 ‘장애인의 단체’로 나뉠 수 있는 걸까? ‘장애인을 위한 단체’는 모두 장애인을 타자화하는 기관이고, ‘장애인의 단체’는 장애인의 당사자주의와 권익옹호를 실현하는 단체인 것인가?

물론 그러한 관점에 부합하는 사례들이 충분히 많을 것이다. 장애인의 탈시설에 반대하는 거주시설이나, 자폐인을 치료하고 교정하려는 단체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전장연처럼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당사자단체 역시 많다. 그러나 그러한 이분법적 관점은 사실과 다르다.

나는 당사자단체 한 곳과, 가족단체 한 곳, 비당사자 장애인단체 한 곳에서 각각 일한 경험이 있다. 민감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결론적으로 당사자단체나 가족단체가 항상 옳은 것도, 비당사자 단체가 항상 틀린 것도 아니었다.

내가 운영하는 당사자단체 ‘세바다’에서 일한 시간은 아주 귀중한 경험이었으나, 나나 세바다의 사상이 모든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경다양성 이념은 자폐인과 신경다양인의 미래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신경다양성도 다른 이념들처럼 많은 비판점이 존재한다.

당사자단체의 운영방식 역시 항상 당사자 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세바다의 업무량은 소수의 활동가에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을 느껴 에이블뉴스에 칼럼을 게재한 적이 있으나, 부끄럽게도 아직 해결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가족단체에서 일했을 때에도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비영리단체의 일반적인 운영방식과 행정체계를 배울 수 있었던 계기였다. 하지만 당사자의 입장과 가족의 입장이 항상 같을 수 없으며, 오히려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금은 비당사자 비율이 높은 장애인단체이자 연구기관에서 일하고 있다. 사실 나는 사기업에서 일하다 2주 만에 해고된 기억이 있기 때문에 비당사자 조직에 대해 걱정했다. 그러나 센터장님은 장애인의 권리를 진심으로 생각하시는 분이었고, 연구원분들도 나에게 잘해주셨다. 특히 세바다의 당사자행사를 많이 지원해주신 덕분에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

당사자단체를 운영하면서도 나는 비당사자 단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비당사자이신 에이블뉴스의 백종환 대표님께서 감사하게도 나를 칼럼니스트로 위촉해 주셨고, 일반 언론사와 사회복지기관지에서도 세바다의 인터뷰 기사를 충실하게 작성해주셨다.

작년에 치렀던 ‘약자생존’ 행사는 질병권단체 ‘다른몸들’, 여성단체 한국여성민우회와 두 단체의 회원분들 없이는 치를 수 없었다. 이외에도 한국 위키미디어 협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단체 등에서 많은 기회를 주셨다.

결국 당사자단체는 당사자만으로 운영될 수는 없다. 조직 내에서도 외부에서도 비당사자와의 연대가 필요하다. 비당사자와 영합하라는 뜻이 아니다.

당사자단체가 담론을 주도하면서, 비당사자단체와의 비판적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비당사자와 협력할 때는 협력하되, 비당사자단체들이 당사자의 권익과 충돌하는 입장을 표명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반대하면 된다.

장애운동, 당사자주의, 당사자단체의 목적은 결국 당사자의 권익옹호와 해방일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당사자와 비당사자의 이분법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당사자가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면 비당사자와의 연대를 통해 더욱 빠르게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당사자주의가 아직 미약한 단계에 있는 정신적 장애계, 특히 발달장애계에서는 당사자단체를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비당사자와의 발전적인 연대는 결국 당사자단체의 세력과 내실을 기르는 것이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출처: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칼럼니스트 조미정 applemintr@gmail.com

신경회로가 비장애인과 다른 신경다양인들은 어떻게 살까? 불행히도 등록장애인은 '발달장애인' 딱지에 가려져서, 미등록장애인은 통계에 잡히지 않아서 비장애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신경다양인이 사는 신경다양한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함께할 수 있도록 당사자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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