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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 관점에 발목 잡힌 정신장애인 권리 ‘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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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권익옹호팀
  • 23-08-23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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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언제까지 치료라는 이름으로 정신장애인을 가둘 것입니까. 우리를 더 이상 한 명의 사람이 아닌 환자로만 보지 마십시오. 우리도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고 싶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은 이같이 외치며, 서울 지하철 4호선 이촌역부터 대한의사협회 후문까지 행진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이하 정신장애인연합회)는 22일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장애 당사자 해방선언 권리행동’을 개최했다.

앞서 지난달 26일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이 심사됐으나,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제2법안소위에 회부됐다.


해당 법안은 올해 4월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과 인재근 의원의 개정안을 보건복지위원회가 위원장 대안을 마련해 의결한 것으로 ▲위기쉼터 ▲동료지원교육 ▲절차조력인 ▲공공후견 등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복지서비스의 법적 근거를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들은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의사결정권과 지역사회에서 독립해 살아갈 권리 보장 등을 위해 수년간 외친 내용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위기쉼터에 대해 위기 상황의 경우 의사가 판단해야 할 사항을 왜 복지시설 측에서 설치·운영하느냐, 절차조력인 제도에 대해서는 보호자와 대리인뿐 아니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당사자 조력하는 절차조력인에게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니 번거로움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이것이 쟁점이 돼 결국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로 의결되지 못하고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로 회부한 상태다.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전체회의 심사의 전 단계로 국회 본회의 회부를 위한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특히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그 기간이 매우 길어 법률안의 무덤으로 불린다는 것이 정신장애인연합회의 입장이다.


위기쉼터인 송파동료지원쉼터 이용인 조현삼 씨는 “병원에서는 조현병 당사자인 나를 강제로 치료하려고 하고 약을 먹이려고 하지만 쉼터는 나를 환자로 취급하지 않고 하나의 사람으로 봐주어서 너무 좋았다. 쉼터를 통해 안정적인 거주시설을 제공받았고 공공기관 일자리도 가질 수 있었다”며 “우리를 더 이상 치료라는 이름으로 가두지 말라. 우리는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고 싶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무법인 이공 정제형 변호사는 “이번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서 가장 기대하던 것이 더 이상 강제로 입원하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는데 정신장애인 무지한 사람들 반대에 의해서 가로막혔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최소한 자신이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대한의사협회도 굳게 닫힌 문을 열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 입장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있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하 UN CRPD)에 위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정신장애인사회통합센터 배진영 부센터장은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모든 장애인이 사회적 권리 행사에서 법적 능력을 보장받아야 하며 스스로 건강과 교육 등 기본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정신장애인은 자유권을 비롯해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수많은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자의적 입원으로 인한 신체적 자유 침해와 약물 등 화학적 강박의 지속적 발생으로 인한 비인도적·굴욕적 대우를 중단하고, 정부와 사회는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동참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동료지원과 의사소통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것.

아울러 “이것을 반대하는 의료계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지역사회 인프라가 부족하고 당사자들의 견식이 부족해 강제 입원·치료를 행해야 한다는 주장은 당사자의 인권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의료계는 그 오랜 기간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과 더 나은 치료환경 구축을 위해 힘을 보탠 적도 없으면서 정신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개선 요구를 반대할 자격이 없다”며,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들이 요구하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22일 행진 후 대한의사협회 후문에 도착해 ‘정신질환 등 심리·사회적 장애 당사자 해방선언 권리행동’을 이어갔다. ©에이블뉴스


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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