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억지 개통, 인감 도용… 장애인이 '봉'인가요?
법률구조공단,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협조해 법률지원 강화키로
입력 : 2018-03-11 10:54:25 수정 : 2018-03-11 10:54:25
서울에 사는 B(63)씨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이자 뇌병변 5급 장애인이다. 지난 2006년 서울주택도시공사 소유 임대아파트에 입주해 2년마다 갱신해가며 살아왔다. B씨가 장애인인데다 자녀가 많아 무주택자 대상 아파트 분양의 최우선권자라는 점을 안 C씨는 그에게 접근해 “부동산업을 하는 데 인감이 필요하다. 문제될 것은 아니다”고 거짓말을 했다. 결국 B씨는 C씨에게 자신의 인감을 빌려줬고 C씨는 이를 토대로 은평구 소재 아파트를 분양받아 팔았다.
우리 사회 장애인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는커녕 되레 법의 맹점을 노린 사기꾼한테 무방비로 노출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들이다. 지적장애인을 속여 불필요한 휴대전화를 개통하게 한 다음 이용료를 갈취하는 행위나 장애인의 인감을 빌려 그의 명의로 몰래 주택을 분양받는 행태 등은 여전히 횡행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A씨 사례에서 변론을 맡아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로서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운 지적장애인에 대하여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기관과 공단이 적극적으로 앞장서 법률구조를 함으로써 따뜻한 법률복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법률구조공단은 장애인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법률지원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지난해 11월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기관장 은종군)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의 협약 체결을 통해 협력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11일 공단에 따르면 지난달 공단 제주지부와 의정부지부가 각각 제주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경기북부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MOU를 체결하고 상호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공단은 법률구조법 등의 규정에 따라 장애인에게 무료 법률구조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의사소통 장애 등을 겪어 공단에서 실질적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앞으로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법률지원 서비스가 필요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발굴, 공단으로 안내하고 의사소통도 지원하게 된다. 자연히 장애인을 위한 법률지원 서비스의 실효성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단은 앞으로도 공단 지부와 각 지역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협력체계 구축을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공단 이헌 이사장은 “다방면에서 여러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법률지원 서비스의 양적·질적 확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