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애인과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
여성장애인의 건강, 교육에도 관심 필요
유엔여성기구(UN WOMEN)의 ‘여성장애인을 위한 지속가능개발목표 실천’(MAKING THE SDGS COUNT FOR WOMEN AND GIRLS WITH DISABILITIES) 보고서 전반부 내용을 다룬 지난 칼럼에 이어 보고서의 후반부 내용을 소개하고 인도와 네팔에서서 여성장애인 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한다.
학교와 일터에서 여성장애인 위한 환경 조성해야
▲ 여성장애인은 여성이며 장애인이기 때문에 고용에서 이중차별을 겪는다.
ⓒ UN WOMEN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 다섯 가운데 한 명은 장애인이다. 장애는 차별, 소외, 취약성에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더욱 가난하고, 필수 자원 및 지원시스템에 접근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여성장애인은 적절한 주거, 건강, 교육, 훈련 및 고용에 접근하는 데 큰 장벽에 부딪힌다. 또한 고용, 승진, 급여, 훈련이나 신용도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학교와 일터의 환경은 여성장애인에게 비장애인, 남성장애인과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다. 문화적·성적 편견이 여전히 강하고 학교와 일터의 시설이나 정보에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장애인의 고용률은 남성장애인은 물론 비장애인 여성보다 낮다.
전세계 51국에 대한 데이터에 따르면, 남성장애인의 53%, 비장애인 여성의 30%가 고용 상태에 있는 데 비해 여성장애인은 20%에 그친다. 초등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동의 수는 5천8백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 중 3분의 1이 장애아동이다. 그리고 학교를 다니는 여아가 남아보다 훨씬 적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여성장애인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유지할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학교와 일터는 여성장애인이 교육권을 누릴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여성장애의 빈곤, 건강에도 영향 끼쳐
빈곤과 장애에 강한 연결고리가 있듯, 빈곤과 건강, 젠더 역시 그렇다. 예를 들어 모성보건 관리의 부족은 여성의 장애에 주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은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남성보다 장애를 가질 비율이 높다. 우울과 불안의 요인은 성차별, 빈곤, 굶주림, 영양부족, 폭력, 과로 및 불균형한 돌봄 부담 등이다. 우울장애에 원인을 둔 정신적 장애를 여성의 42% 가량이 가지고 있다. 남성 30%에 비하면 높은 수치이다.
동시에, 청소년 및 청년을 포함한 여성장애인은 일반적으로 보건 서비스에 접근이 어렵다. 여성장애인은 비장애여성보다 유방암과 자궁암 진단을 잘 못 받는데, 명확히 여성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건강 증진 또는 보호 캠페인이 없고, 적절한 물리적 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만약 서비스는 가능하다고 해도 환경적·재정적·태도적·물리적·정보적 어려움이 계속 남아 있다.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장애 통계 필요
많은 국가에서는 인구주택 총조사 및 설문조사를 실시할 때 장애 관련 데이터도 수집한다. 그러나 장애의 정의가 국가마다 달라 비교가 불가능하고 이를 모니터링하기 위한 노력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총조사 및 설문조사에 장애 관련 질문을 넣는 국가의 숫자가 늘어나는 중임에도 여전히 데이터는 성·장애라는 카테고리로 분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에 장애통계에 관한 워싱턴 그룹(Washington Group on Disability Statistics)은 성인 및 아동을 위해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총조사 질문지를 개발했다. 총조사 및 설문조사에 워싱턴 그룹 질문지를 포함한다면, 장애인 관련 데이터의 유용성을 훨씬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2030 어젠다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데이터 불균형을 줄이는 한편, 지속가능개발목표 달성을 위한 기획, 실행, 모니터링 등 모든 과정에 여성장애인의 완전하고 동등한 참여를 보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인도 여성장애인 인권운동가 말비카 아이어(Malvika Iyer)
“장애인으로 살기는 어렵다. 여성장애인으로 사는 것은 더욱 어렵다.”
▲ 인생은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가져오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마땅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메시지다. ⓒ MHPV
사고가 나기 전, 나는 운동과 고전무용에 소질을 보이는 아이였고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어느 날, 폭탄 폭발 사고로 두 손을 잃었고, 다리에는 골절, 신경 마비, 감각 상실과 함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이후 2년 동안 누워 지내야만 했고,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다.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은 사람들이 날 동정하기 시작하면서 부터였다. 부상을 인정하는 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자기 동정에 갇히는 것은 선택이었다. 이를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회복이 더뎠지만 나는 곧 학교에 들어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남들과 똑같이 지내려 했다. 그러나 사고가 동반한 정서적 트라우마와 없어진 두 손, 그리고 흉한 다리를 받아들이는 일이 먼저 동반되어야 했다.
나는 여성은 완벽히 아름다워야 하며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성장했고, 모든 사람들은 내 인생이 장애를 가지면서 끝났다고 믿었다.
어머니는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비장애인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항상 지지했다. 어머니의 이러한 도움으로 나는 ‘인생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반드시 완벽한 몸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장애인권 운동가이자 동기부여 연사로서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연설을 하지만, 나의 가장 큰 성취는 내가 만난 사람들을 변화시키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은 후 언제나 삶에 대한 희망을 느꼈으며, 불평하기를 멈추고 그들의 삶을 완전하게 살아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나는 내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받았고, 이 재능을 가지고 다른 이들에게 우리는 절대 삶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자 한다.
인생은 불확실하지만, 우리는 인생이 가져오는 어떠한 어려움에도 마땅히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나의 메시지다.
네팔의 여성장애인 인권운동가 프라티마 구룽(Pratima Gurung)
“우리는 반드시 의사결정자가 되어야 한다.”
▲ 현지 여성의 역량강화는 곧 우리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에 우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 UN Women
나는 일곱 살에 장애인이 되었다. 트럭 사고로 손을 잃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모든 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내 미래에 대해, 즉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학교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다른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가족 내에서는 차별을 느끼지 못했지만, 집을 떠나자마자 어디에서나 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부모님은 다른 도시로 이사했고, 나는 모든 변화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장애에 몸부림치는 한편, 부모님은 나에게 동기를 부여해주기 위해 몸부림쳤다.
다행히도 부모님은 교육을 받은 분들이셨고, 내 교육을 지속시켜주셨다. 하지만 네팔의 여성(장애인‧비장애인 모두) 대부분은 교육 받을 기회를 누리지 못한다.
현재 나는 네팔에서 이러한 여성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네팔의 장애인단체, 관련 단체 및 국가기구 역시 네팔 여성장애인의 특정한 욕구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기후 변화와 재해 발생으로 네팔 여성들은 이전보다 더 높은 위험에 처해 있다. 거처가 없는 임산부가 물과 장작을 모으기 위해 매일매일 하루에 5시간을 걷게 되면 그녀와 그녀의 아기가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본인은 알지 못한다. 가뭄과 영양 부족도 아동의 장애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네팔 여성의 역량강화는 곧 우리 스스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에 우리가 반드시 참여해야 함을 의미한다.
마치며
여성장애인의 권리가 과거보다 증진되었다고 해도, 이들이 적절한 교육을 받고 의사결정을 위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는 많은 제한이 있다. 굳이 교육과 의사결정까지 고려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인 건강권, 주거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더 많은 플랫폼을 만들고, 그것이 국가의 정책에 반영됨은 물론 세계적인 움직임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열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빠른 시일 내로 적절한 환경에서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고, 자신의 삶에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여성장애인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 출처:
1. UN WOMEN (2017). Making the SDGS Count for Women and Girls with Disabilities.
2. UN WOMEN (2017. 6. 30.)
http://www.unwomen.org/en/news/stories/2017/6/from-where-i-stand—malvika-iyer
3. UN WOMEN (2017. 4. 19.)
http://www.unwomen.org/en/news/stories/2017/4/from-where-i-stand-pratima-gurung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9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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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주영 (deerb@kodd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