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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옹호> ‘섬 노예’ 장애인 구출했지만… 같은 곳서 또 강제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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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옹호담당자
  • 18-09-1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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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노예장애인 구출했지만같은 곳서 또 강제 노동  

현대판 노예 27건 분석해보니, 처벌 어렵고 방치책 없고 

입력 : 2018-09-10 18:45/수정 : 2018-09-10 21:45

 



 

 

 

 

‘현대판 노예 피해자’ 의심 사건이 올 상반기에만 27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을 포함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착취 사건은 모두 218건이다. 전국 17개 지역기관으로 구성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접수된 피해사례를 직접 확인한 결과다.

그러나 가해자를 현행 장애인복지법으로 처벌 가능한 경우는 10건 중 2건꼴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 10년간 착취를 당한 끝에 구출됐던 피해자가 “달리 갈 곳이 없다”며 다시 노예 생활로 돌아간 사례도 확인됐다. 스스로의 권익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장애인에 대한 착취는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가해자 처벌이나 재발방지책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비판이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경제적 착취로 판정한 사례 218건은 모두 고용주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거나 이를 가로챈 것으로 확인된 경우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이 중 장애인복지시설이나 가족관계 내에서 착취가 이뤄진 경우 등을 제외한 사례 27건을 ‘현대판 노예 피해자’ 사건으로 분류해 심층 분석했다. 잠실운동장 노예 사건 등 국민일보가 보도한 5건(국민일보 3월 12일자 1면 등 참조)이 이에 포함됐다.

착취는 장기간 강도 높게 이뤄졌다. 노예 피해자 27명은 대부분 40세 이전 착취당하기 시작해 평균 16년6개월을 일했다. 40년간 착취당한 사례도 4명이나 됐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27명 중 10명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했고 길게는 17시간 일한 경우도 있었다. “언제든 부를 때는 나가서 일을 해야 했다” “근무 시작·종료시간이 들쭉날쭉했다”는 진술이 많았다.

가해자들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틈타 착취를 이어 왔다. 장애인등록은 물론 주민등록조차 이뤄지지 않은 인물 여럿이 착취의 대상이 됐다. 27명 중 장애인등록이 되지 않은 6명은 모두 지적장애로 추정된다. 뇌전증으로 등록된 2명은 조사 과정에서 지적장애가 있는 것으로 판정됐다. 27명 모두 급여를 전혀 받지 못하거나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급여만 받고 있었지만 기초생활수급자는 10명뿐이었다. 주민등록이 말소됐거나 주민등록지와 실제 거주지가 다른 경우도 3건이었다.

이정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는 10일 “정부가 존재조차 파악하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여서 피해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피해자 본인이나 가족이 신고한 경우는 2건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피해 사실을 인지해도 달리 갈 곳이 없어 신고를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체학대(7건)와 정서학대(5건)가 함께 발생한 경우도 확인됐다. 경남에서 17년간 중국집 배달과 주방보조 일을 해온 A씨(56)는 식당 주인 부부에게 일상적으로 폭언을 듣고 심하게는 폭행까지 당했다. 부부는 장사가 안 될 때마다 A씨에게 “손님 떨어진 거 다 물어내고 가라”며 소리를 질렀고 가끔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던졌다. A씨는 주걱이나 냄비로 맞은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진술했다.

피해 사례 분석결과 가해자 처벌과 재발방지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장애인복지법은 폭행 협박 감금 등이 수반된 노동 강요 행위만 처벌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27건 중 장애인복지법을 적용해 처벌 가능한 사례는 최대 5건에 불과하다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분석했다.

근로기준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임금 미지급에 대한 수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임금 미지급은 반의사불벌죄인데, 고용주와 오랫동안 붙어 지낸 피해자들은 처벌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30년간 급여 한 푼 받지 못한 채 농사일을 한 지적장애인 B씨(55)는 기관 조사에서 고용주에 대해 “좋아요” “잘해줘요”라고 진술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지적장애인은 의사결정 능력이 부족한데도 이를 보완할 법적인 장치가 없어 문제”라고 말했다. 신고 후 4개월이 지난 지금도 B씨는 급여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출된 장애인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족했다. 이 때문에 일부 피해자들은 구출된 후 다시 노예 생활로 돌아갔다. 한 섬에서 10년간 무급여로 불법조업에 동원됐던 지적장애 2급 C씨(62)는 구출 후 장애인복지시설을 전전하다 지난해 다시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 창고로 쓰이던 조립식 건물에서 잠을 자고 새벽부터 배를 타고 나가야 하는 등 열악한 환경이지만 C씨는 “바깥생활보다 낫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바깥생활’을 하는 동안 가족의 통장으로 들어가는 수급비를 한 번 만져보지도 못했다. 뱃일과는 현저히 다른 복지시설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했다.

C씨를 지원하고 있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관계자는 “오랫동안 착취당한 장애인들은 다른 환경에 적응하는 걸 굉장히 어려워한다”며 “학대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전무하다 보니 이들이 자발적으로 노예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재연 허경구 기자 jayle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005804&code=1113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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