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한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고 국민입니다. 더 이상 발달장애인을 외면하지 마세요. 오늘 우리는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그 누구도 아닌 우리 스스로 외치겠습니다.”
주제발표에서는 발달장애인 일자리와,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탈시설 자립생활, 키오스크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특히 발달장애인의 일자리와 노동권에 대한 주제발표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폐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은 비경제활동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자조모임, 상담 등 동료지원 활동 제공을 통해 취업 의욕을 고취해 경제활동 상태로 전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동료지원가로 일하고 있는 문석영 씨는 “동료지원가 사업이 폐지된다는 소식에 너무 슬펐다. 이제야 겨우 나에게 맞는 직업을 찾아서 즐겁게 일하고 있는데 이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며 토로했다.
이어 “사업 폐지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직접 투쟁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를 점거했다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고 고용노동부 국장과의 면담, 결의대회,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187명의 일자리가 달려있다. 장애인 고용을 늘려야 하는 정부는 사업 폐지를 철회하고 우리의 소중한 일자리를 되돌려라”고 외쳤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제10회 한국피플퍼스트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조력자 774명이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을 외쳤다.
피플퍼스트대회는 전 세계 43개국에서 열리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대회로, 한국에서는 2015년 대구에서 처음 개최됐다.
올해 대회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지원 없이 발달장애인들이 스스로 예산을 마련하고 기획했다. 대회의 사회, 주제발표, 문화행사를 하는 모든 이들이 발달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게 제도와 환경을 만들어라', '발달장애인에게 최저임금과 다양한 일자리를 보장하라', '보호자 찾지 말고 성인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라', '발달장애인을 차별하지 말고 동등한 국민으로 인정하라', '발달장애인이 이동하는데 알기 쉬운 자료를 제공하라' 총 다섯 가지 대회 슬로건 또한 발달장애인들이 워크숍을 통해 스스로 결정했다.
주제발표에서는 발달장애인 일자리와,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탈시설 자립생활, 키오스크 등 다양한 주제가 다뤄졌다.
부산광역시에서 온 안형필 씨는 부산과 대구지역에서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학대 사례를 소개하며 더 이상 장애인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장애인을 학대하는 시설을 폐쇄하고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안형필 씨는 “아직도 거주시설에서 사는 장애인들 중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으며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들이 있을지 모른다”면서 “장애인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를 통해 인권침해 사례와 부적절한 운영사례를 관리감독을 철저히 진행하라. 시설 정책을 없애고 구체적인 자립지원계획을 수립하라”고 강조했다.
21년 동안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살다가 탈시설한 원효 씨는 “시설에는 사람들이 많고 내 생활이 없다. 또 정해진 틀에서만 생활해야 했기에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자립을 결심하고 멘토링, 장애인동료상담, 자조모임 등 프로그램을 포함해 자립생활주택 라운딩, 입주신청,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단기숙박체험, 사회보장급여 신청 등 준비해야할 것도 많았고 과정도 복잡했다. 또 자립하는데 있어서는 자기선택에 따른 책임감과 금전관리 등 마음가짐과 자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한 탈시설, 자립은 매우 만족스럽다. 나는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고 원하는 자기개발도 가능하다. 지금은 취미생활도 합기도 1단도 취득했고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일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제발표까지 마친 발달장애인들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개사한 '시설 없는 세계', 싸이의 나팔바지를 개사한 '권리 살려'를 공연했다.
발달장애인의 권리 보장과 시설이 폐지된 세상을 바라며 노래 부르고 춤추는 모습은 청계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문화공연 이후에는 대회에 참석한 이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서로의 안부를 묻는 등 다양한 자유발언이 나왔고 앞서 주제발표에서 발언됐던 키오스크, 일자리 등 주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이야기 하며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공연의 흥을 이어나가기도 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청계광장에서만 발달장애인 권리를 외치지 않았다. 이들은 청계광장을 벗어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시청을 향해 행진하며 사람들에게 발달장애인의 권리에 대해 알렸다.
백민 기자bmin@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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