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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참담했던 장애인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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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권익옹호팀장
  • 20-06-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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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참담했던 장애인 삶의 기록

정신·신장장애 사망선고, 장애인가정 ‘벼랑끝’

재난 취약계층 장애인, 감염병 대책 마련 절실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6-05 16:18:20

'코로나19 장애인 안전대책 마련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코로나19 장애인 안전대책 마련하라' 피켓을 든 중증장애인 활동가.ⓒ에이블뉴스DB
올해 초 한국을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재난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삶은 더욱 참담했다.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코호트 격리 조치, 103명 전원 확진 및 7명 사망, 고위험군에 분류되지 못한 신장장애인 결국 15명 사망, 활동지원이 없는 11일간 홀로 자가격리한 뇌병변장애인 등.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최근 장애인정책리포트 ‘코로나19, 도미노처럼 무너진 장애인의 삶’을 발간, 그들의 간절한 외침을 기록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2개 단체가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병원,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적절한 치료환경, 관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긴급구제를 요청했다.ⓒ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2개 단체가 2월 26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신병원, 거주시설 장애인들의 적절한 치료환경, 관련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긴급구제를 요청했다.ⓒ에이블뉴스DB
■갇혀진 채 죽음만을 기다려라? ‘코호트 격리’

“아무도 찾아오지 않던 이곳에 요즘 따라 창밖에 사람들이 북적이네요. 무슨 일 일까요? 이상하게도 이젠 방 밖으로도 나가지 못하게 해요…저도 데려가주세요. 살려주세요.”

청도대남병원 사태 발생과 동시에 칠곡 밀알사랑의집, 경북 예천 극락마을, 대구 성보재활원 등 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코로나18 확진자가 속출하며 감염 취약계층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치료를 위해 음압병실(1인 1실)로 옮긴 일반 확진자들과 달리 청도대남병원에 있는 정신장애인들을 환자와 의료진을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방역조치인 ‘코호트격리’ 치료를 결정했다.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된 폐쇄적인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생활하는 정신병동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실질적으로 ‘사망선고’와 다름없었다.

28일간의 죽음의 일지

2월15일=경북 정신병동에서 입원환자와 의료진 등을 중심으로 발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여럿 보이기 시작.

2월20일=청도대남병원에서 국내 첫 번째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사후 확진). 사망자는 60대 남성으로 연고자 없이 조현병으로 20년이상 입원치료를 받고 있었음. 사망 당시 42kg에 불과.

2월21일=두 번째 사망자 발생. 사망자는 55세 여성으로 직접 사인은 코로나19로 인한 폐렴 악화. 같은 날 15명 확진자 추가 발생

2월22일=확진자 대거 발생, 총 111명(환자 102명, 직원9명)으로 정부는 청도대남병원 코호트 격리조치 시행

2월 23일=병원 5층 정신병동 입원환자 103명 전원 확진 판정. 같은 날, 세 번째 사망자(57세 남), 네 번째 사망자(59세 남) 발생.

2월 24일=다섯번째 사망자(62세 남), 여섯 번째 사망자(67세 남) 발생. 국회 보건복지위 김광수 의원 1인 1실 격리 변경 등 대책 마련 필요성 피력

2월 25일=일곱번째 사망자 발생(58세 남)

2월 26일=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등 12개 단체 국가인권위원회에 청도대남병원 긴급 구제 요청

2월 27일 정부, 모든 환자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으로 이송 결정

3월 8일=환자 102명 가운데 사망자를 제외한 나머지 95명 국립부곡병원 25명. 국립정신건강센터 40명 등으로 이송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신장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혈액 투석을 받고 있는 신장장애인 모습(기사 내용과 무관).ⓒ에이블뉴스DB
■목숨 걸고 떠나는 투석길, 신장장애인

“투석을 위해 주3회씩 방문해야 하는 병원, 신장장애로 면역력이 낮은 저에겐 집 밖으로 나서는 것 자체가 공포예요. 이틀만 투석을 못해도 요독으로 코피가 나고 숨을 쉴 수도 없는데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라는 걸까요?”

신장장애인은 신장의 기능부전으로 인해 혈액투석이나 복막투석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하거나 신장의 기능에 영속적인 장애가 있어 일상생활에 현저한 제한을 받는 사람으로, 2018년 기준 등록장애인은 8만7000명이다. 이중 1만2000명이 신장이식자, 나머지 7만5000명이 투석환자인 중증장애인.

신장장애인은 기저질환자들로 고위험군에 속하며 코로나19 감염이 됐을 때 치사율이 굉장히 높은 편으로, 한 병원에서 집단감염의 위험이 굉장히 높다.

결국 신장장애인 15명이 코로나19로 인해 사망했다. 2월 1일 서울은평성모병원에서 5명의 확진자가 나오자, 100명 이상의 투석환자들에 대한 별도의 투석병원을 마련하지 않아 생명의 위협을 받았다.

또 같은 달 23일 혈액투석을 받던 56세 신장장애인이 경북대병원에서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경북 영주시에 사는 신장장애인 코로나 의심 환자는 기존 투석병원에 투석을 요청했으나, 자가 격리가 끝난 14일 후 가능하다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4일 후 체내에 요독이 쌓여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 뒤늦은 긴급투석을 받아 위급 상태다.

2월 27일 신장을 이식받은 대구지역 70대 남성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음에도 발열 외 특별한 증상이 없어 경증으로 분류, 입원대상 순위에서 밀려 집에서 대기하다 이틀만에 사망하기도 했다.

3월 5일, 자가 격리 대상자로 확정된 신장장애인은 본인이 다니는 병원에서 코로나19 음성반응이 나와도 3주간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 받고, 결국 보건소에서 일반환자와 별도로 투석을 진행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기저질환자 신장장애인 15명이 사망했다. 뒤늦은 고위험군 분류의 책임을 통감하고 사태 장기화에 따라 이제는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손잡다 등 5개 단체가 3월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시·청각장애인 및 중복장애인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손잡다 등 5개 단체가 3월 2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시·청각장애인 및 중복장애인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에이블뉴스DB
■정보 없이 공포에 떠는 시·청각장애인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 브리핑에 수어통역이 없는 것은 물론 정보제공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했다.

2월 4일, 정부는 코로나19 브리핑에 뒤늦게 수어통역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방송사에 따라 발표자 옆의 수어통역사를 제외하고 발표자만 클로즈업하거나 오른쪽 아래에 작은 원의 혈태로 수어통역을 제공하는 등 표준화된 지침이 없었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정부브리핑 등 영상 정보에 화면해설 서비스가 부족해 정확한 정보전달을 받기 어려웠다.

또한 청각장애인이 선별진료소를 비롯한 의료기관 방문 시,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진료 과정에 불편함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선별진료소에 수어통역 제공이 부재하고 수어통역사의 감염에 대한 미대비채긍로 수어통역사를 배치하지 못한 것.

의료진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입모양과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어 검사절차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없었다. 필담을 요청했을 시 인식이 부족한 의료진들은 불편한 기색을 표현한 사례도 있었다.

아울러 교육 또한 원격 수업으로 대체되며, 일부 대학교에서 청각장애 학생을 위한 학습권 보장의 지침이 없어 학교에 따라, 수어통역 또는 자막을 제공받지 못하거나, 지원 되더라도 일반 도우미가 담당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났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온라인 강의 사이트의 웹접근성이 떨어지고 과제물을 확인할 길이 없어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왼팔 하나로 11일을 버틴 뇌병변장애인

“배가 고파서 보급품으로 받은 박스를 열어 보았다. 들어 있는 건 생쌀과 배추, 그 외 라면과 부식들. 몸에 물만 적시는 샤워, 쌓여만 가는 쓰레기, 악취..11일간의 자가격리는 지옥이었다.”

코로나19 사태 속 활동지원 서비스를 받던 장애인들은 지옥의 사각지대 안에 놓여있었다.

2월 말, 대구의 한 자립생활센터에서 활동지원사 중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장애인 13명이 동시 자가격리에 들어가는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이 때, 당장 투입 가능한 지원인력이 없었고, 이후 정부가 장애인 자가격리자를 위한 별도의 격리시설을 지원한다는 지침을 내놨지만, 이 부분 역시 자가격리자가 대폭 증가하던 대구에서는 외국인, 홈리스 등을 대상으로 한 시설이었고, 장애인을 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었다.

뒤늦게 정부가 자가격리 시 장애인에 대한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의 내용을 담아 계획을 발표했지만, 이들의 지옥의 자가격리가 끝나가는 와중이었다. 문제는 아직까지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어떠한 지침도 없다는 점.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최우선적 공공병원 입원 및 병원 확충, 그리고 병원 인력에 대한 의사소통, 생활 지원 등 대응 매뉴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

4월 20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2020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활동가가 마스크를 낀 채 투쟁을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DB에이블포토로 보기 4월 20일 서울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린 ‘2020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에 참가한 장애인활동가가 마스크를 낀 채 투쟁을 외치고 있다.ⓒ에이블뉴스DB
■모든 짐 떠안은 발달장애인 가족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요. 감염우려로 신경정신과 약 처방도 받지 못해, 날로 공격행동과 불안증세가 심해지고 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핸드폰, 컴퓨터 중독에 체중만 늘어나고 그저 자신을 벌주는 걸로 알겠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장애인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돌봄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에 문제를 나타내는 부모가 73.7%, 코로나19로 인해 고립 스트레스에 따른 행동을 표출하는 발달장애자녀가 87.8%로 나타난 것.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단체 사업이 이용 중지 되면서 발달장애인들은 치료도 받지 못하고 여가, 취미, 체육 프로그램 수업을 전혀 받지 못해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실정. 핸드폰이나 컴퓨터 중독이 되고 있으며, 고도비만이 늘어나고 감정기복이 심해져 폭력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

이번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우려로 의료기관 방문 및 신경과 약을 복용하지 못해, 공격행동이나 불안증세가 심화된 경우가 많다. 또 발달장애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 참여나 과제제출이 불가해 부모들의 고충이 되고 있으며,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에 거부감이 생겨 부모를 공격하거나 자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장애인 목소리 담은 대책이 필요할 때

장애인에 대한 발생초기 감염병에 대한 정보전파에서부터 초기 대응 및 치료단계에서의 확진 환자, 자가격리자 지원, 이후 안정화 단계에서의 서비스 공백으로 인한 피해 지원 등 감염병 진행단계에 따른 대응 방안 매뉴얼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거주시설 종류별 대응 지침을 마련, 향후 감염병 발생 시 적기에 선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준비해야 한다. 이때,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서비스 기능 유지를 위한 세부지침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아울러 재난 상황 정보제공에 대한 매뉴얼을 구축, 재난 및 안전사고 관련 영상에 수어통역 및 자막, 화면해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며 제공에 대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안내물 및 홍보물에도 점자, 음성변환용 코드 삽입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신장장애에 대한 고위험군 분류 및 명시가 필요하며, 신장장애인 자가 격리 병원 마련, 인공신장실 의무소독 및 환기시설 마련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재난 상황에서의 24시간 활동지원 서비스와 발달장애인 가정에 대한 긴급돌봄 서비스 체계에 대한 구체적 대안 마련, 온라인 강좌에 편의지원서비스 제공 지침 등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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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기자 (lovelys@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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