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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얼굴 한번 보기 어려운 정신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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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역권익옹호팀
  • 24-08-14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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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 입원 경험을 가진 대다수 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원 입원 과정에서 전문의와 대면한 적이 없이 입원되었다고 주장한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68조에 의하면, 응급입원을 제외하고 의사는 환자의 대면진단이 없이 입원시킬 수가 없다. 전문의 대면진단 없이 입원이 되었다고 하면 입원 자체가 불법한 것이 된다.

하지만 조사를 진행하다 보면 거의 대부분은 의사 진료 노트에 환자와 가족이 함께 면담한 내용이 기록되어있다. 다만 면담기록의 대부분은 보호자나 가족으로부터 병원에 오기 전까지 이전의 치료 이력, 일상생활에서 질환이 의심되는 말이나 행동을 해서 병원에 오게 되었다는 내용들이다. 간혹 환자와의 대화가 있을 때도 있으나 가족 상담 내역이 절대적이다.

일반적으로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면 의사는 환자에게 증세가 어떤지를 물어본다. 함께 간 보호자는 보조적 역할만 할 뿐이다. 그런데 정신병원은 그렇지 않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증상에 대해 가족에게 물어보고, 가족의 호소에 귀 기울인다.

이러한 문제는 입원 과정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입원 이후에도 이어진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22년 전국 정신병원의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추진한 “인권 친화적 치료환경 구축을 위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병원은 질환의 명칭, 치료계획, 퇴원예정 일시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라는 항목에 입원환자들은 52.0점, “복용하는 약물의 종료, 효과,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에 52.7점을 주었다. 100점 만점에서 절반을 겨우 넘긴 정도이다.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을 했으나 환자가 잘 기억을 못할 수 있다. 병식(병에 대한 인식)이 없어서, 혹은 병이 너무 심해서 혼란한 상태라 기억을 잘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설명을 듣고도 못 들은 척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입원환자 모두가 그런 상태는 아니다. 정신병원에 장기입원한 환자들 중에는 지남력에 큰 문제가 없고,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도 잘 아는 환자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이 모두 거짓이라고 보기 어렵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입원 중에도 주치의를 만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정신장애인과 입원환자가 부지기수다. 회진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회진을 오더라도 “괜찮죠?”라는 말 한마디 툭 던지거나, 얘기 나누자고 하면 주치의가 도망치듯 가버린다고 말하기도 하고, 상담 신청을 해야만 주치의를 겨우 만날 수 있다고 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면도 없이 의사 처방은 어떻게 내려지는 것일까? 진료노트를 보면 의사와 환자의 짧은 대면기록이 있고 약물처방이 적혀있기는 하다.

왜 정신병원은 당사자보다 가족의 말에 귀 기울이고, 환자들과 면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인가? 의사들 중에는 횡설수설한 환자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이 힘든 사람도 있기는 할 것이지만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의료윤리가 희박한 의사들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현행 정신의료기관의 인력배치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에 의하면, 정신병원 정신과 의사의 기준이 환자 60명당 1명이다. 이 말은 정신병원의 정신과 의사 1명이 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입원환자 수가 60명이라는 뜻이다.

의료법에 근거한 의료기관은 입원환자 20명당 1인을 두도록 되어 있고,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40명당 1인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만 구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이제까지 줄곧 60명당 1인의 정신과 전문의를 두도록 규정되어있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국내 정신의료기관 440개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정신의료기관 인력기준 개선방안 연구”에 의하면, 2021년 상반기 기준 병원급별로 의사 1명당 환자 수는 상급종합병원 6.2명, 종합병원 23.4명, 병원 48.5명, 정신병원 52.3명, 의원 38.5명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병원이나 정신병원 모두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상 법적 기준을 준수하고 있기는 한 것이다.

이런 의료인력기준으로 어떻게 정신과 의사에게 질 높은 대면진료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전문의 인력배치기준은 우리나라만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 국가를 제외하고 미국도 그 기준은 우리나라와 별반 차이가 없고, 대만이나 일본도 매한가지이다. 하지만 대만,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병동별(급성기, 만성기 등으로 구분)로 인력배치를 달리하고 있고, 전문의 이외에 다른 전문가들을 배치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제2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1~2025)을 통해 급성기 병동의 경우 전문의와 간호인력 배치를 달리하는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 등을 실시하고, 2022년 연말에 발표한 ‘정신건강 혁신방안’에서 급성기 치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정신건강혁신방안을 열심히 추진 중이라 생각되고, 정신건강분야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그런데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 대다수의 환자는 급성기가 아닌 만성‧중증정신질환자 즉, 정신장애인인데, 만성‧증정신질환자들은 이대로 질 낮은 의료서비스에 방치하도록 하는 것은 맞는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본다. 일주일에 주치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볼 수 없는데 말이다.

그 기준을 상향했을 때 근무하겠다고 하는 전문의를 찾기 어려울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이렇게 후진적인 정신건강서비스를 지속시킬 것인가?

*이 글은 이인영 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기고 회원 등록을 해드립니다.

기고/이인영 ablenews@ablenews.co.kr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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